"비전공자에게 CS는 너무 어려웠다. 그래도 방법은 있었다"
단단히 잘못되었던 착각
나는 코딩테스트만 준비했을 뿐, 나머지는 그 어떠한 것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필기 테스트와 면접을 보았다. 모든 회사에서 탈락을 했고, 그때마다 나는 나에게 필요한 것, 내가 더 준비해야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고 메모했다. 그러면서 내가 새롭게 깨달은 것은 전체 채용 프로세스에서 코딩 테스트 비중보다는 그 이후에 진행되는 프로세스의 비중이 훨씬 더 어렵고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였다. 그리고 IT 기업의 대부분의 면접은 인성 면접이 아니고 기술 면접이라는 것이였다. 기술 면접이라는 용어를 그때 처음 알게되었는데, 결국 내가 필요한건 CS 공부와 포트폴리오였다.
또 한번의 시련.. 그래서 뭘 준비해야돼?
나는 비전공자였고 주변에 컴공 친구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 CS를 공부해야한다는건 깨달았는데.. 어떻게 제대로 준비해야될까? 나는 무엇보다 시간이 부족했다. 다음 학기에 바로 다시 공채에 지원을 하려면 반년이 채 안되는 시간동안 면접을 합격할만한 CS 지식을 갖추어야했다. 근데 CS라고 할만한 과목들은 너무나 많았다. 대학교의 컴퓨터공학 전공 로드맵을 살펴보면 전공 필수만 따져봐도 매우 많은 과목이 있었다. 게다가 이걸 얼만큼의 깊이로 공부해야할지도 감이 오질 않았다. 그래서 초반에는 갈피를 계속 잡지 못했다.
그 캄캄한 안개 속에서도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는 IT관련 커뮤니티 OKKY 사이트와 카카오톡의 개발자 취준 관련 오픈채팅방을 적극 활용해서 정보를 얻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는 생각보다 유용한 정보가 많았다. 특히 좋았던 것은 알려고 하지않아도 주요 기업들이 채용 공고를 올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었고, 주요 기업의 코테가 치러지는 날이면 각 문제별 난이도들을 생생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다.
또한 가장 중요하게, CS의 공부 방향에 대해 잡히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글들을 잘 찾아보면 비전공자에서 IT대기업에 개발자로 취준 성공한 이야기와 준비 과정을 써준 글들을 찾아볼 수 있다. 꼭 비전공자가 아니어도 면접 후기 글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런 글들을 찾아보면서 어떤 공부가 필요하고 어떤 식으로 준비해야 되는지 정리했다. 내가 보았던 면접에서 나온 질문들을 종합해서 나는 나름의 공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전공책? 대학강의? 블로그? 자료는 많은데 뭘 봐야 하지
이제 정보는 충분한 것 같은데, 문제는 일단 공부해야될 양 자체가 시간이 부족했던 나에게는 너무 버거운 양이었다. 몇 권의 전공책과 몇 개의 대학 강의를 수강해야되며 몇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야되는지.. 버거움이 앞섰다.
공부할 건 너무 많고, 시간은 없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진 시기였다. 모든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겠다는 것은 아무것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면접에서 빈도 수가 높은 과목 몇 과목을 추리고, 각 과목 별로 최적의 방법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학습 전략을 구상했다. 여러 후기 글을 다시 살펴보며 각 과목 별로 전공서로 공부할지, 시중 책으로 공부할지, 온라인 강의를 들어야될지 결정했다.
이제 달리기만 하면 돼. 미친듯이 달려보자.
필수적인 CS로 컴구, 운영체제,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자료구조/알고리즘을 공부하기로 했다. 이 과목들은 실무와도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있었고 수많은 전공 과목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뿌리를 이루는 과목들이었다.
또한 백엔드 개발자로 취업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경험도 있어야 되었기에 인프런에서 스프링 강의를 들으며 주요 개념을 블로그에 정리했고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면접을 염두해두고 질문 거리가 잘 나올 수 있게, 그리고 그 질문에 잘 대답할 수 있게 프로젝트 방향을 설정했다. 나름의 깊이도 챙기고 트러블 슈팅 경험도 만들게 되었다.
하루 10시간, CS에만 집중했다
하반기 공채에 그렇게 다 떨어지고 대략 10월부터 CS공부에만 몰두했다. 코딩테스트는 하루에 가볍게 한 문제 푸는 정도로만 유지하면서 닥치는대로 전공서를 보고, 온라인 강의를 듣고, 책을 읽으며 개인 블로그에 내용을 정리하고 공부했다. 프로젝트 또한 스프링, 자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원리를 최대한 깊게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어느 정도 기능을 갖춰진 개인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그렇게 반년 정도를 같은 사이클을 반복하면서 지냈다.
이번에는 이전처럼 절대 감으로 가지 않았다. 어떻게든 비벼볼까가 아니라 어떤 질문이 와도 대답할 자신감을 갖추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몇 달 후, 해가 바뀌고 드디어 나는 다시 공채에 도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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