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운영체제가 뭔지, 네트워크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데이터베이스의 인덱스가 왜 필요한지도 몰랐다.
개발자 취업을 마음먹고 급하게 기술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구글링하고, 블로그 뒤지고, 강의 몇 개를 찾아 보면서 머릿속에 지식을 때려 넣었다. 그러다보니 나름 잘 정리된 나만의 CS 노트를 만들 수 있었다. 그걸로 여러 회사의 최종 면접까지 갈 수 있었고, 그 중 원하는 회사에 최종 입사를 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3년 차 개발자가 되었다. 업무 중에 가끔 과거에 공부했던 CS 지식이 필요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그 내용을 다시 꺼내려 하면 자신이 없었다. 기억은 흐릿했고, 당시 이해했던 흐름도 사라져 있었다. 반년 정도 집중해서 파고든 공부였지만, 오랫동안 손에서 놓다 보니 당연히 잊힌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CS 지식을 더 확실하게 공부하고 머릿속에 깊이 각인시킬 수 있을까? 나의 경험상, 그건 남에게 설명해봤을 때 비로소 가능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을 때 그 지식이 온전히 내 것이 된다고 믿는다. 조금이라도 개념에 구멍이 나 있거나 흐름이 연결되지 않으면, 설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정리했던 내용을 나 스스로 설명해보기로 했다. 그 방식이 바로 강의 제작이었다. 그 김에, 강의에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실제로 강의를 만들면서 느낀 건, '정리'와 '전달'은 완전히 다른 능력이라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공부했던 내용을 PPT로 옮기면 되겠지 싶었지만, 막상 슬라이드를 만들다 보면 "이건 왜 이런 순서로 설명해야 하지?", "예시는 꼭 넣어야 할까?", "비전공자에게 이 말을 해도 이해될까?" 같은 질문들이 끊임없이 들었다.
실제로 도해를 만드는 데만 몇 주가 걸렸다. 개념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했고, 이해를 돕기 위한 비유를 찾느라 여러 날을 고민했다. 키노트로 슬라이드를 만들면서, 마치 나만의 교과서를 다시 쓰는 기분이었다.
녹음은 또 다른 차원의 도전이었다. 내가 아는 내용을 말로 풀어내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말투, 속도, 목소리 톤까지 고민하면서, 한 문장을 수십 번 다시 녹음한 날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정말 이해하고 있는지'가 시험대에 오르곤 했다. 하지만 그만큼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도 컸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만든 강의라는 사실이 스스로에게 큰 자부심이 되었다.
지금도 다음 강의를 준비 중이다. 이전보다 더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강의를 만드는 건 여전히 어렵지만, 동시에 아주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확신하게 됐다.
처음엔 '과거의 나에게 도움이 될 강의'를 만들고 싶었지만, 지금은 '누군가의 지금을 바꿔줄 수 있는 강의'를 만들고 싶다. 이게 내가 강의를 만들고 나서 진짜로 느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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